큰딸의 어린 시절에 전 집에 없었습니다.
사업한답시고 밖으로 돌아다녔고
집에 오면 잠만 잤습니다.
'아빠가 집에 없어서 반항했다'는 사춘기 딸에게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항변했었습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찌질하게 월급쟁이로 사느냐, 남부럽지 않게 사장으로 사느냐' 하는
둘 중에야 물론 후자밖에 선택은 없었지만
'월급쟁이는 찌질하다'고 정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였습니다.

내가 나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몰아넣은 것이었습니다.
그래놓고 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강변한 것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은 없습니다.
모든 것의 뿌리에는 나의 선택이 있습니다.

범죄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죽인 것, 섵낵의 여지가 없었다.
사치 쳐 돈 벌어야 했던 것, 그 이외엔 방법이 없었다.
사람을 때린 것,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상황까지 자신을 몰아가지 않습니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선택을 하지 않겠습니다.

 


단열단상

저자
문단열 지음
출판사
살림Biz | 2012-06-2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영어강사 문단열이 전하는 단편적인 삶의 낙서들!최고의 자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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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크레이징오리
세상에 3%, 행복한 부부. 그 부부가 되고 싶은 한 커플이 있습니다. 그들은 블로그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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